흙의 배수성과 통기성의중요성

01/04/2019

황금소나무 농장을 운영하시는 분이 TV에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그 분께서 공생균을 채취하고 선지를 활용하여 액비를 만드시는 모습을 보고 몇 글자 적어 보았습니다. 나무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살아 있는 흙'의 성질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어 보았습니다. 방죽골님께서 말씀하신 고상과 액상 그리고 기상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볼 필요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간과하기 쉬운 '기상'에 대하여 중점을 두고 글을 쓰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기상과 액상의 조화와 균형이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소나무가 배고파서 밥을 준다고 하는 표현이 바릅니다. 그 밥이 바로 하얀 곰팡이, 즉 소나무 뿌리와 공생하는 근균(根菌)입니다. 공기를 좋아하는 곰팡이, 즉 호기성(好氣性) 곰팡이입니다.
흙은 고체상태의 흙 알갱이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고체 상태인 흙 알갱이의 비율이 50%, 흙 속에 함유된 수분의 비율이 25~30%, 흙 속에 자리 잡은 공간, 즉 기체의 비율이 25~30%로 구성되는 것이 살아 있는 흙의 성질이라고 봅니다. 어느 분은 고체상태의 비율을 45%로 보고, 나머지 5%는 유기물로 봅니다.
[참고] 일본에서는 이것을 고상(固相), 액상(液相), 기상(氣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어의 느낌에 따라서 본다면 얼굴과 표정의 뜻을 담고 있는 相은 형태와 상태, 즉 형상의 의미를 갖는 狀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액상'은 보수성으로, '기상'은 통기성으로 쉽게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통기성입니다.
통기성이 좋아야만 살아 있는 흙이 됩니다. 소나무의 공생균 번식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나무가 잘 살아 가기 위해서 뿌리는 산소호흡을 하여야 하기에 토양의 조건 중 통기성 확보가 중요하며 통기성은 보수성(=액상)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통기성이 좋은 흙은 보수성이 불량하고, 보수성이 좋은 흙은 통기성이 불량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관찰해보면, 통기성과 보수성은 서로 같은 비율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알게 됩니다. 통기성이 불량해진다는 것은 흙이 가라앉으면서 다져진다는 뜻입니다. 결국, 기상의 비율이 감소하면서 고상의 비율이 증가함과 동시에, 액상의 비율 또한 늘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액상의 비율, 보수성이 늘어나는 것이 수목의 생장에 과연 유리할 것인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수성이 높아질 경우 관수를 하면 처음에는 과습 상태를 유지하다가 모세관 현상에 의하여 수분은 더 빨리 증발하게 됩니다. 결국, 과습에서 급속히 건조상태로 바뀌게 됩니다. 보수성이 좋은 점토질 비율이 높은 밭흙이 오히려 여름가뭄에 더 취약함을 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이와 같은 이치에 따라 식재 시 지상으로 노출된 새끼, 끈, 마대를 제거해주는 것이 원칙입니다. 왜냐하면, 이것들이 흙속의 모세관수를 증발시키는 심지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모래가 보수성이 약하다고 하지만, 모세관 현상 또한 약하기에 수분의 증발 또한 더디게 일어납니다. 물을 흠뻑 준상태에서 시간이 경과한 후 흙의 상태를 관찰해보면 점토와 달리 모래의 겉흙은 말라 있어도 속은 촉촉합니다.
관수는 수분의 공급뿐만 아니라 공기의 공급 또한 동일한 비율의 중요성을 갖습니다. 물이 스며들 때 공기 또한 함께 흙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흙 속에 공간이 충분치 못하면 공기의 공급량은 뿌리의 요구량보다 늘 부족하며 물의 침투 속도 또한 느려집니다. 결국엔, 점점 더 가라앉으면서 고상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물길 또한 막히게 됩니다. 그래서 흙의 성질 중 보수성(保水性) 보다 배수성(排水性)에 관심을 더 기울이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보수성과 통기성은 수목, 그 중에서도 소나무의 건전한 생육을 위하여 서로 비율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최상의 토양조건이 됩니다. 분에서 왜 고운 흙을 다 걸러 내고 입자가 굵은 토양만 사용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이 해답이 여기에 있습니다. 고운 흙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토양을 다지는 속도가 빠르며, 그 결과 기상의 비율이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1년 넘게 방치하면 결국, 흙은 단단해져서 물을 주어도 물이 제대로 분토로 흡수되지 못하고 흙과 분의 경계로만 흘러 들어 가고 분 바닥에만 잠시 머물러 있게 됩니다. 그러게 되면, 뿌리는 분 안쪽에서 자라지 못하고 분 바깥쪽과 밑쪽에서만 아스라한 성장을 하게 됩니다. 그 결과 잔뿌리가 점점 줄어들게 되어 수목은 활력을 점점 잃게 됩니다. (참고문헌: 근대분재 68호)
연탄재는 토양의 통기성과 배수성을 향상시켜주는 좋은 흙이 됩니다. 연탄재와 고루 섞은 흙에서 황금소나무의 색상 또한 잘 발현된다고 하시던 솔바언님의 말씀을 떠올려봅니다. 통기성(=배수성)의 확보는 분에서 뿐만 아니라 노지에서도 중요함을 실감하게 해준 사례라고 봅니다. 뿌리도 산소호흡을 하며, 소나무의 근균 또한 마찬가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기상(=기체상태)의 비율이 25~30%보다 미치지 못할 때, 즉 액상(=액체상태)과의 조화와 균형이 무너졌을 때, 그 흙은 소나무 뿌리에게 있어, 참 살기 어려운 집이 됩니다.
선지를 활용하는 점, 자연 친화적이며 소나무에게 필수 영양소인 철분의 공급 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나무 활력제로 수간주사에 주로 이용되는 값비싼 미네랄의 주성분 또한 철분입니다. 저는 화학적인 조제를 통하여 철분을 공급해 왔는데, 이 보다 더 친환경적인 방법을 사용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조그만 반성을 해보게 됩니다.
토양의 상태변화 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기체상태의 비율 감소 ---> 고체상태의 비율 증가 및 일시적인 액체상태의 비율 증가
(2단계) 기체상태의 비율 감소 ---> 고체상태의 비율 증가 및 액체상태의 비율 감소
답압(踏壓: 발로 밟는 압력)에 의하여 토양이 단단해지면서, 통기성과 배수성이 약해지면서 결국엔 보수성 또한 모두 불량해지는 과정과 유사합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가로수 밑에는 답압 방지용 시설물을 설치하며, 매년 로타리를 치고 퇴비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양분 공급 외에 토양의 통기성 확보이며, 대경목의 소나무 식재시 산소의 공급으로 잔뿌리 발달을 촉진하기 위하여 유공관을 매설하게 되며, 시비 방법 중 측구시비법(밑동의 측면 토양에 구멍을 뚫어 시비하는 방법) 역시 통기성 개선을 꾀하는 것 또한 중요한 목적이 됩니다.
농장 조성에 입문하시는 분들께서는, 밭흙의 상태가 어떠한지 면밀히 살펴보셔야 할 줄로 압니다. 배수로 확보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항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는 문제이고요. 만약, 소나무 재배를 원하신다면, 건전한 생육을 위하여 통기성(=배수성) 확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깊이 연구하셔야 할 줄로 압니다. 아무 흙에서나 나무는 잘 산다는 생각을 갖고 계시다면 이는 위험한 생각이며, 특히 소나무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이라고 봅니다.
흙이 진흙인데, 그 곳에 소나무 심어 놓고 거름 듬뿍 주며 소나무 잘 크기를 바란다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 됩니다. 나무는 1년생 작물과 달리 거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질소질 비료는 오히려 소나무를 웃자라게 만들어 엉성한 수형을 낳기 쉬우며 병충해에 견디는 내병성(耐病性) 또한 약해집니다.
*출처:(소나무)솔 바탕 ┃ 글쓴이 : 한솔